전세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집 안의 설비나 시설이 고장 나기도 합니다.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거나, 보일러가 멈추거나, 벽지가 곰팡이로 손상되는 일도 있죠. 이런 경우 세입자가 먼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할 때가 많은데, 나중에 집주인에게 그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?
이번 글에서는 전세 수리비용을 세입자가 환급받을 수 있는 정확한 조건을 정리했습니다.

✅ 법적 원칙: 주택 설비는 ‘임대인(집주인)’의 유지 의무
임대차보호법 제623조에 따르면, 임대인은 임차인이 집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·보수할 의무가 있습니다.
즉, 전세집의 기본 구조나 설비(보일러, 수도, 창문, 전기 등)가 노후나 고장으로 수리가 필요하다면, 원칙적으로 그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해야 합니다.
다만, 임차인이 ‘임대인 동의 없이’ 임의로 수리했다면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전 통보가 매우 중요합니다.
✅ 임차인이 수리했어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
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세입자가 먼저 수리해도 수리비 환급이 가능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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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집주인에게 연락했지만 즉시 조치가 어려운 긴급 상황
- 예: 한겨울에 보일러가 완전히 멈춘 경우
- 예: 누수로 인해 다른 집까지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
→ 이럴 땐 긴급 수리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.
- 노후나 자연 마모로 인한 고장
- 세입자 과실이 없고, 단순한 노후로 발생한 고장이라면 전액 환급 대상입니다.
- 임대인의 명시적·묵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
- 전화, 문자, 카톡 등으로 “고치세요, 비용은 제가 드리겠습니다.”라는 내용이 있다면 충분한 증빙이 됩니다.
이런 경우에는 수리 영수증, 사진, 연락 내역을 반드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.
✅ 환급받기 어려운 경우 (세입자 부담)
반대로 아래와 같은 경우는 수리비를 돌려받기 어렵습니다.
- 임차인이 부주의로 손상시킨 경우 (예: 벽에 못을 과도하게 박아 타공 손상 등)
- 관리 소홀로 발생한 고장 (예: 동파, 곰팡이 방치 등)
- 인테리어 목적의 임의 교체 (예: 벽지 색상 변경, 수전 교체 등)
이런 부분은 ‘사용자의 편의 개선’으로 간주되어, 세입자 본인 부담이 원칙입니다.
✅ 실제 사례로 본 환급 가능 사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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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사례 1: 세입자 A씨는 입주 2개월 만에 보일러가 고장나 겨울철 긴급 수리. 집주인에게 사진과 영수증을 제출하자, 노후로 인한 고장으로 인정돼 수리비 전액 환급받음.
- 사례 2: 세입자 B씨는 욕실 수도에서 물이 새어 본인 비용으로 교체. 그러나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고 임의 교체해, 환급 불가 판정.
→ 핵심은 사전 연락과 증빙 자료 확보입니다.
✅ 수리비를 돌려받는 절차 요약
- 고장 발견 즉시 집주인에게 연락 (전화 + 문자 기록 남기기)
- 사진 또는 영상으로 고장 상태 증빙
- 수리 후 영수증 원본 보관
- 비용 청구 시 ‘임대인 의무 설비’임을 근거로 명시
- 거절 시 내용증명 또는 소액재판으로 청구 가능
대법원 판례(2007다24433)에서도 “임차인이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는 수선을 대신 한 경우, 임대인은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”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.
✅ 보증금에서 수리비 공제는 가능할까?
임대인이 끝내 수리비 환급을 거부할 경우, 계약 종료 시 보증금에서 상계(공제)할 수도 있습니다.
단, 공제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(영수증, 사진, 연락내역)가 필수입니다.
임의 공제는 분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, 가능하면 내용증명을 통해 공제 의사를 사전 통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.
✅ 계약서 특약으로 분쟁 예방하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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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음과 같은 문구를 계약서 특약란에 추가하면 불필요한 다툼을 막을 수 있습니다.
- “보일러, 수도, 전기 등 주요 설비의 노후로 인한 수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한다.”
- “임차인의 과실로 인한 수리비는 임차인이 부담한다.”
이 문구 한 줄이 훗날 수십만 원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.
✅ 정리하자면
- 임차인이 먼저 수리했더라도 노후나 긴급 상황이라면 환급 가능
- 사전 연락 + 증빙자료(사진·영수증) 확보 필수
- 임대인이 거부할 경우 내용증명·소액재판으로 청구 가능
- 계약 시 특약 문구로 책임 범위를 명시하면 가장 확실
결론적으로, 전세 수리비용은 ‘누가 원인을 제공했는가’와 ‘임대인의 유지의무 범위’가 기준입니다.
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증거를 남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.
미리 준비된 한 줄의 문장과 한 장의 영수증이, 나중엔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 됩니다.